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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 x 우사기] 시공간의 운명 5 (순정/학원물/판타지/세일러문 소설)

somewhereinthemiddle 2021. 6. 25. 17:00

BGM https://youtu.be/t3zcysAUARk



시공간의 운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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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모쿠의 아침은 지구와는 사뭇 달랐다. 궁전을 동그랗게 감싸안은 광야하고 아름다운 투명한 강이 샛노란 하늘에 반사되어 서로 맞닿을듯 했다. 그 강을 둘러싸인 적색과 청색을 띈 수많은 꽃들. 숲을 오고가는 이국적인 새들. 그리고 그 가운데 위치한 광활한 크기의 구 형태의 궁전.

우사기는 조심스레 커튼을 쳤다. 노란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눈부시게 비췄다.

이 곳에 온지도 어느덧 닷새가 지났다. 첫 이틀은 몸의 부상으로 인해 거진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지만 삼일째 우사기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었다. 처음 이 곳에 온 이후로 우사기는 카큐 프린세스를 보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간간히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은 언제나 바쁘기 여념이 없었다. 우사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수많은 이동이 이루어지는 이 낯선 궁전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세이야를 찾는 일에도 결코 소홀해 하지 않았다. 몸이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로 다시 돌아온 지금, 그녀는 이틀 전부터 하루에도 몇시간 씩 성안을 샅샅히 뒤지고 다녔다. 지금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곳에서라도 그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성 안에서 가장 오랫동안 머무른 청소부 아주머니며, 항상 왕국 보초를 선 문지기며, 우사기가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도 모두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세이야는 커녕 그의 이름 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성과 없는 나날이 계속 될수록 우사기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져 왔다.

터벅 터벅-

아침마다 강 주위를 산책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고요하게 미동 하나없이 흘러가는 물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져 위로가 됐다. 왠지모르게 때때로 밀려오는 외로움과 서글픔이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꼈다. 바람이 흘러가는데로 정처없이 거닐던 우사기의 발걸음이 한 꽃 앞에 멈춰섰다.

카큐 프린세스처럼 강렬한 붉은 빛을 띈 세개의 커다란 삼각형을 이룬 모양의 꽃. 그 가장자리엔 푸른 구슬같은 반짝임이 허공에서 맴돌며 빛이났다. 그 오묘한 모습이 꼭 은하의 행성과 같아서 우사기는 그 미지의 끌림에 눈을 떼지 못했다.


「 그건 금목화예요. 」


카큐 프린세스의 모습이 잔잔한 강물에 비추어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가 조용히 우사기 옆을 지나 허공의 손을 모으자 금목화 가장자리의 푸른 반짝임이 그녀의 손을 거쳐 우사기와 카큐 프린세스의 주변을 서서히 맴돌았다. 마치 지구의 반딧불이처럼.


「 우리 별에서만 존재하는 특유의 꽃. 」
「 아름다워요... 」


우사기의 온몸을 간지럽히던 그 달콤한 반짝임은 한참에서야 서서히 공기중으로 사라졌다. 그 잔영의 빛이 눈 앞을 아른거렸다. 이상하리만치 이 꽃이 주는 느낌이 끌렸다. 그리곤 어느샌가 희망같은 따스한 힘이 우사기 몸안에 함께 펴졌나갔다.


「 금목화 꽃엔 전설이 있어요. 푸른 가장자리의 반짝임은 나라의 군주를,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3개의 꽃잎은 그 군주를 지키는 최고의 전사들. 그리고 그들이 비로소 하나로 이루어졌을 때에만.... 우사기씨가 방금 보았던 반짝임을 비춰내요. 」


카큐 프린세스는 주변에 있는 꽃 하나를 우사기에게 앞에 내보였다. 금목화와 얼핏 같아보이는, 하지만 2개뿐인 꽃잎과 반짝임 하나 없는 검고 어두운 가장자리.


「 같은 금목화라도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 빛날 수 없죠. 」


카큐 프린세스는 미완숙의 금목화를 강물에 살며시 떠올려 보냈다. 점점 멀어지는 꽃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걱정스러움이 묻어났던건 우사기의 기분 탓이었을까.


「 아직 우리 별에선 세일러 전사들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


조금만 기다려요 프린세스. 곧 그들, 스타라이츠가 나타나 당신을 반드시 지켜줄테니- 우사기는 자신의 메세지가 카큐 프린세스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랬다.


「 여왕님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
「 따듯한 별의 시드를 마음에 지닌 사람들에겐 모두 저마다 소중한 사람이 한명쯤은 있다고 생각해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우사기는 순간 세이야가 떠올랐다.

‘이 우주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모두 몸 안에 별의 반짝임을 숨기고 있어. 그 중에서도 오당고 네 것은 가장 빛이나.’

어느새 멀게만 느껴지는 그 어느적 현생의 지구에서 세이야는 그렇게 말했었다.


「 우사기씨는 고등학생이었다고 했죠? 」


아차- 그러고 보니 우사기는 시공간의 이동으로 자신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대로 학교와 공부라는건 영원히 잊혀져도 마냥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 우리 킨모쿠 전사학교에 다니는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
「 킨모쿠 전사학교...? 」
「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만이 다니는 왕국 안에 자리한 특수 고등학교예요. 소수 정예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


현생에서 가까스로 턱걸이의 인생이었던 학생 우사기에게 카큐 프린세스의 제안은 터무니 없었다. 카큐 프린세스는 분명 자신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알지 못해서라고 우사기는 생각했다.


「 그런 곳을....제가 다닐 수 있을리가요! 」
「 충분히. 학교에 말해놓겠어요. 아무 걱정없이 다음주부터 당장 시작하면 될거예요. 우사기씨라면 분명... 」


한참동안 떠내려가는 강물을 보고 있던 카큐 프린세스가 서서히 몸을 일으켜세워 우사기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우사기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 가끔씩...학교 생활이 어떤지....얘기해 줄 수 있나요? 알고 싶어요. 」


우사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목례를 하곤 유유히 사라졌다. 그녀의 그 은은한 특유의 향이 아직도 우사기의 주변을 맴돌았다. 예전 어렴풋이 기억나는 치비치비가 가져온 향로에서 새어나온 똑같은 이 향. 당신은 변함이 없군요-

우사기는 곧 자신이 다닐 특수학교에 대한 생각에 덜컥 걱정부터 밀려왔다. 자신이 과연 인재들만 다니는 전사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늘을 바라보자 샛노랗던 하늘이 어느새 다홍의 붉은빛을 함께 띄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성 안도 어느새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로 채워졌다. 적막의 아침이 끝을 항해 달려간다.



-


킨모쿠 전사학교는 왕국의 가장 서쪽에 자리했다. 학교라는 단어가 조촐할만큼 그 모습이 왕국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호화로웠다. 왕국과 비슷한 형태를 띈 건축물과 장식, 정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폭포 분수대, 그 주변을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꽃으로 가득한 정원. 학교 앞 끝이 보이지 않는 잔디가 깔린 필드 위에는 제 각기 다른 분야의 스포츠와 트레이닝 시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사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생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이런 초인재 특수학교에 자신이 현재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곧 이 학교를 다닐 그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카큐 프린세스는 분명 실수를 저지른거야- 우사기는 생각했다.


「 오늘부로 우리 킨모쿠 전사 학교 1학년으로 전학 온 츠키노 우사기라고 한다. 카큐 프린세스 여왕님의 초대로 온 학생이므로 모르는게 많을 테니 모두들 상냥하게 도와 줄 것! 」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이 술렁였다.


「 오른쪽 창문가 두 빈자리 중 앞에 앉도록. 」


프린세스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도록 학교 생활을 해야할 생각에 우사기는 곧 불안감이 엄습했다. 창문가로 향하는 우사기를 관찰하는 따가운 아이들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수업이 곧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점심 시간 전 4교시는 체육 수업이었다. 3교시까지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사기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왠지모르게 마음 속에 설레임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마치 자신이 한동안 잊고 살았던 학생 신분으로써의 자유로움. 그리고 그런 자신의 본분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에 대한 안심. 그것은 우사기 마음 속 안에 있던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구멍을 메꿔주기에 충분했다. 다시 나답게 돌아올 수 있어- 우사기는 다짐했다.

체육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을 나왔을 땐 이미 배구 시합이 시작 된 이후였다. 우사기는 살며시 아이들 주변으로 다가갔다.


「 너 말야.... 」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뒤에서 들려왔다. 은빛 머리칼. 자신과 많이 차이나지 않는 키. 그리고 밝은 초록빛의 눈동자.


「 .....야텐!! 」


우사기는 다시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아차- 이 곳은 낯선 전생이라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되새기지만 익숙한 얼굴들을 보면 우사기는 저도 모르는 반가움에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름을 서슴없이 부르는 우사기를 야텐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가 우사기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우사기는 머리속으로 변명을 찾는데 급급했다.


「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
「 아니 그게.... 」


마땅한 변명을 찾지 못해 버벅거리는 우사기를 지켜보는 야텐이 고개를 까닥하자 곧 주변에 있던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우사기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 얌전히 있는게 너한테 더 좋을거야. 어차피 넌 빠져나가지 못해. 」


야텐의 싸늘한 미소를 본 우사기는 그 차가운 전율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이건 내가 아는 야텐이 아냐- 우사기가 뒷걸음을 치려하는 찰나 우사기를 둘러싼 아이들이 그녀를 덥쳤다.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허공에 들리곤 어디론가 옮겨지기 시작했다.


「 이....이게 뭐하는 짓이야!! 놔!!! 」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정신을 겨우 다시 차렸을 땐 학교 정원 온실 뒷편의 어두운 숲속 길막이었다. 우사기의 몸이 땅에 내팽겨쳐졌다. 그대로 곤두박치는 고통을 느끼기도 채 전에 수십개의 배구공이 우사기의 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 카큐 프린세스의 초대...? 하핫 너 같은 어리버리 핏덩이 여자애가 우리 전사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했다는게 역겨워. 」


끊임없이 얼굴을 강타하는 배구공에 우사기는 말문을 제대로 열 수 조차 없었다. 우사기는 입술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핏물을 느꼈다.


「 ....야...텐..... 」


촤악-

야텐의 오른손이 우사기의 뺨을 내리쳤다. 우사기는 순식간에 자신의 뺨이 벌겋게 부풀어 오름을 느꼈다. 방금 그녀의 얼굴에서 전해오는 진동에 다리 힘이 풀려 주저 않을만큼 정신을 잃었다. 우사기는 욱신거리는 뺨을 움켜 쥐었다.


「 다시 한번 내 이름 말해봐. 그 땐 이곳에서 너의 마지막이 될테니까. 너....프린세스와는 무슨 관계지...? 」


우사기의 턱을 잡은 야텐의 손에 점점 더 힘이 조여왔다.


「 대답해....니깟게 뭔데 카큐 프린세스의 초... 」
「 이런 짓 이젠 부끄럽지 않나?」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말에 야텐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가 목소리의 흔적을 찾아 온실쪽을 응시했다. 우사기의 마음이 덜컥했다. 이 목소리, 너무나 익숙했다.


「 이젠 유치할때도 됐는데 말야....니놈들.....그 오당고 머리 녀석은 이만 놓아주지 그래. 」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림과 동시에 눈에 눈물이 순식간에 고이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곧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꼈다. 우사기는 얼굴에 범벅이 된 피를 닦아내려 할수록 그 욱신거림과 따가움이 더욱 커졌다. 일어나야해, 이런 모습으로 이 세계에서 처음 대면 할 수 없어- 하지만 거짓말처럼 이런 순간엔 항상 다리가 풀려버린다. 바보같이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탓하던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순식간에 감싸안아 들어올렸다.


「 ....꽉잡아 오당고. 」


칠흙같이 까만 곱슬기가 섞여 제멋대로인 머리. 은색 초승달 모양이 반짝이는 귀걸이. 긴 속눈썹의 반짝이는 검푸른 눈동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사기가 느꼈던 그 빨갛고 부드러웠던 입술.

그는 세이야가 틀림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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