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 x 시노부] 지호연접 상편 (순정/시대물/귀멸의 칼날 소설)

BGM https://youtu.be/mNlxH0a6CfI
지호연접 (止湖娟蝶) 上
: 잔잔한 호수에 날아온 아름다운 나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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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씨한테 자기 자신은 뭐죠?”
시노부는 알 수 있었다. 토미오카 기유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그 말을 기유가 지주들에게 한 이유를.
‘난 너희들과 달라.’
주합회의가 끝난 후 바로 자리를 뜬 기유를 시노부는 빠른 보폭으로 따라잡아 그의 앞을 가로막는데 성공했다.
“수주의 자리까지 오른 당신은....자기 스스로에게 매일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 거죠?”
자신이 언니 카나에의 뒤를 이어 지주가 된 이후 수주 토미오카 기유를 처음 만난 이 후로 쭈욱, 어째서인지 시노부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아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딘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연유가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기 힘들지만 그는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심과 슬픔. 대부분의 지주들에게서 느끼는 같은 느낌이지만 유독 토마오카 기유 곁에 있으면 그 향기가 더욱 진해져와 같이 있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해왔다.
“난 이곳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전 토미오카씨가 싫어요.”
꼴사납게 궁상스러운 그의 모습이 꼭 시노부 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항상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를 보고 있으면 나 자신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솓구쳐 올라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기가 다 짊어진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도...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될 수 없다는거....항상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도 다신 돌이킬 수 없다는거....당신 스스로도 잘 알잖아.”
“....너한테 구원해달라고 한 적 없다.”
조용하게 전해져 오는 그의 슬픔이 시노부 심장을 칼날같이 날카롭게 베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싫다....짜증이 나고 거슬린다.
“당신은 항상....”
시노부는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기유의 하오리 소매를 잡아당겼다. 기유가 그녀의 옆에 멈춰섰다.
“....인연의 끈이 진해지는걸 겁내하시는군요...그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기유는 미세하게 떨리며 자신의 소매 옷가락을 잡은 시노부의 작은 손을 밀쳐냈다.
시노부는 멀어지는 기유의 펄럭이는 하오리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토미오카 기유는 항상 유유하게 남들에게서 멀어져간다.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그는 다시 물이 다시 제 있어야 할곳으로 흘러가듯 반대쪽으로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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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오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안됍니다. 저도....저..”
“그렇게 물러서 어떻게 혈귀를 멸하겠다고 하는겁니까.”
“그...그래도 저도...함께 싸....”
“아직 제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요. 카나오는 똑똑한 아이입니다. 더이상 말해봤자 이 작전에 변함이 없을거라는건 이미 알고있겠죠?”
카나오는 더이상 말문을 열 수 없었다. 바보처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같이 싸우자고, 죽어도 함께 죽자고 얘기하고 싶었다. 카나오는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도 좋다고 생각했다.
시노부의 두손이 카나오의 작고 하얀 볼을 감싸안았다.
“카나오는 강한 아이입니다.”
시노부의 환한 미소가 카나오를 감싸안았다. 그리곤 그 따스함이 슬픔의 전율로 퍼져 두 눈에 눈물이 고여 걷잡을수 없이 흘러내렸다. 시노부의 두 손이 카나오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의 손결은 카나오가 잠시 현실을 잊을만큼이나 부드러웠다.
“내가 언니의 뒤를 이었듯....카나오는 꼭 살아남아 뒤를 이어주세요.”
넘쳐흐르는 눈물을 머금은 카나오는 억지로 자신의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탁을 거절하는건 시노부에게 있어서 그리고 카나오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도 배신이라는걸 알고 있얼다. 자신들이 믿어왔던 것들을 무시하기엔 너무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귀살대의 운명.
결코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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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카나오는 시노부가 만든 약제로 가득한 보따리를 든 손을 꼭 움켜쥐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어둠이 서서히 번지는 길가에 커다란 집이 보였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렸기에 벽을 잡고 자신의 몸을 지탱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카나오가 문을 두드린 후 얼마 되지 않아 검은 장발 머리를 한 기유의 모습이 눈 앞에 보였다.
“이거....충주님께서 직접 수주님께...”
기유는 보따리 안에 가득한 치료제를 살펴보다 작은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상시 몸 안에 챙겨 놓으면 좋을거예요. 당신은 우리가 절대 잃어선 안될 수주이니까요.’
기유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편지를 바라보았다. 카나오는 고개를 푹 숙인채 미동이 없었다.
“...고맙다.”
카나오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기유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상체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카나오는 또다시 새어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어떻게든 소리를 참으려 하는 그녀의 어깨위에 커다란 두 손이 올려졌다.
“무슨 일이냐.”
“.....”
“...시노부에게 무슨 일이 있는것이냐.”
“스...스승님은...”
차디 찬 흙으로 덮인 바닥은 카나오의 뚝뚝 떨어지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갔다.
“곧 상현과의 싸움에서....자결을 하시려합니....다..”
툭-
기유의 손에 들려있던 보따리의 가득한 치료제가 땅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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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