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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 x 우사기] 시공간의 운명 1 (순정/학원물/판타지/세일러문 소설)writing./- 연재 2021. 6. 5. 19:23
BGM https://youtu.be/Zp1fdeL8fn8
시공간의 운명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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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안되는 거니..? ‘
우사기는 그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비와 함께 한 없이 작아지던 그녀를 잡아주던 그 사람의 따뜻하고 상냥했던 손결을. 그리고 순간의 두려움이 그녀를 감싸안았다. 자신이 감당하고 책임져야할 운명을 피해보려고 애써도 그림자처럼 자꾸만 그녀의 뒤를 쫓아왔다.
책임지지 않으면 정말로...안되는거야?
그리고 억울했다.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의무가 주어져야 하는지. 어린애같은 마음인걸 알면서도 떼를 쓰고 어떻게든, 지독하게만 느껴지는 이 운명을 이렇게까지 피하고 싶은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면 치비우사도, 실버 밀레니엄도, 모두들... 다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릴 것을 알기에.
‘ 난 안되는 거니..? ‘
세이야의 그 목소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우사기를 괴롭혔다. 우사기는 심장이 아려오는 듯한 아픔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 생의 운명이 이렇게 아픈 것일 줄 알았으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태초에 이 지구로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우사기는 생각했다.
이 운명을 정녕...피할 순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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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몇일이나 가지 않은 우사기가 걱정이 된 세이야가 그녀의 집을 찾았다. 깜깜한 그녀의 방은 언제나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은은한 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이야는 평소와 달리 긴 머리를 풀은채 미동없이 침대에 걸터 앉은 우사기를 바라보았다.
「 오당고... 걱정이 됐어... 」
우사기는 오랜만에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이야는 어느덧 우사기의 옆에 털썩 앉아 걱정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닐텐데. 우사기는 생각했다. 우사기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려 하자 세이야의 손이 그녀의 손 위에 살며시 포개어졌다.
「....꼴이 말이 아닌데... 더 못생겨지기 전에 이 세이야님이 도와줘야겠는걸. 」
우사기는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세이야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우사기의 커다란 두 눈이 마침내 세이야를 향했다. 그리웠어... 그 눈동자.
「 세이야 앞에만 있으면 나... 나도 모르게... 자꾸만 약해져서... 」
「 ...오당고... 」
「 모두들에게 힘들지 않은 척, 아닌 척 연기했는데... 네 앞에서만은 그게 안돼 나.... 」
우사기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녀를 따라 일어선 세이야의 두 손이 우사기의 어깨를 지긋이 어루만졌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복잡해 보였다. 우사기는 그 해답을 찾고 싶었지만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마모루를 어딘지 모르게 닮은 듯한 그의 모습에 다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사기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세이야의 두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감을 느꼈다.
우사기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동그란 두 눈에 구슬같이 떨어지는 눈물을 품고서.
세이야가 그런 우사기를 품에 안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그의 행동이 다소 과격했던걸까. 우사기의 신음소리가 세이야의 품에서 새어나왔다.
우사기는 두근 거림과 답답함이 공존한 가슴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둘은 지극히도 상극이어서 그녀가 더이상 의지력으로 숨기기엔 부족할 정도의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곧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떤 쪽이든. 그녀는 해야했다.
「 ...오당..고....나는... 」
세이야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가 더욱 세게 우사기를 품안으로 감싸안았다. 그의 진동이 우사기에게까지 전해와 그녀의 숨마저 멈추게 했다.
「 널 공항에서 처음 만난...그 날부터....한 순간도 너에 대한 마음이 변한 적이 없었어.... 네가 너의 애인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도.... 그냥 난 너의 옆에만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젠... 이젠 그게 더이상 안돼.... 」
우사기를 감싸안은 잔뜩 힘이 들어간 세이야의 두 팔이 스르륵 그녀의 몸에서 풀려왔다.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풀리자 우사기는 저도 모르게 못다한 숨을 헉헉 내쉬었다. 바보같이 숨을 찾고 있었던 이유였을까. 아님 몇일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였을까. 자신도 모르게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렸다.
「 우사기!! 」
그런 그녀를 세이야가 자신의 몸으로 받아냈다. 그의 눈가에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듯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우사기는 그런 그의 눈을 바라 볼수가 없었다. 그의 눈은 자신이 여지껏 보았던 그 어떤 눈동자보다 항상 밝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눈을 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운명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 괜찮아..? 」
우사기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야의 바쁜 숨이 우사기의 귀를 간지럽혔다.
「 ...미안. 지금 한말들... 나만 생각했어. 힘들었을텐데.. 나만 생각하고 너한테 괜한 얘기했어 나. 」
「 ....나... 더이상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 어느 쪽이라도..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더이상 감당할 자신이.... 왜 나만.... 왜 내가 이 운명을 짊어져야 하냐구!!! 왜 나만!!! 」
우사기의 흐느낀 울부짖음이 방 안을 울렸다. 눈물을 몇일 내내 끝없이 흘리면 마를 줄 알았던 건 착각이었다. 지독했다. 그녀를 지독하게 누르던 그 무게가 더이상은 버티기 힘들었다. 강한 척, 괜찮은 척 남들에게 했던 그 연기가 세이야에게만큼은 의미가 없었다. 그의 앞에만 서면 자꾸만 발가벗은 느낌이었다. 마모루의 앞에선 한없이 아이처럼 작아져 없어질 것만 같았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프린세스. 」
바보처럼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추스리기에 여념이 없던 우사기는 다시 고개를 들고 세이야를 바라보았다. 세이야는 웃고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세일러 파이터의 아름다운 에너지로 가득한 그의 얼굴. 그의 미소가 우사기에게 고요함을 가져다 주었다.
「프린세스... 선택하지 않아도 돼요. 그건 원래 당신의 몫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당신의 세계에 멋대로 찾아온 나의 탓. 당신은 그대로 일상으로 돌아가 프린세스의 몫을 하면 될뿐. 난 영원히 멀리서 그런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을거야. 」
부드러운 그의 손이 우사기의 눈물을 천천히 닦아냈다. 세이야의 입술이 살며시 우사기의 이마에 닿았다. 이 온기. 전생에서도 느꼈던 따뜻함이었다. 우사기는 찰나의 기억이 뇌리에 스쳤다. 어렴풋한 이 느낌. 기억의 끝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그 뿐이었다. 세이야의 섬세한 손가락이 우사기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세일러 파이터. 」
세이야의 미소는 마음이 아플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는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풀린 다리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던 우사기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세이야의 손이 문고리를 향했다.
「안녕, 달의 프린세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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